| ■ 리더스피부과 청담명품거리점
| 佛 오토니엘 작품 '매달린 연인'
| 건강한 피부빛 같은 분홍 구슬
| 방문객들에 행복감·설렘 안겨
| 印풍습 영감 '프레셔스 스톤월'
| 넘치는 생명력·삶의 희망 표현
| 예술작품 통한 긍정의 힘 선사
빛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 빛이 있기에 볼 수 있다. 빛은 존재를 드러내고 서로를 비춘다. 천장에서부터 드리운 영롱한 빛 덩어리가 눈앞에까지 와 닿았다. 은은한 로즈핑크의 큼지막한 유리구슬이 하나, 둘, 셋, 넷…. 반짝이는 구슬 표면에 감상자의 얼굴이 투명하게 맺힌다. 건강한 피부빛을 닮은 분홍 구슬이 신비롭다. 유리 자체를 물들인 게 아니라 ‘로즈 미카’라고 불리는 연분홍색 운모 조각들이 투명한 구슬 안을 가득 채워 빛깔을 만들었다.
맨 아래 투명한 구슬은 안쪽으로 분홍 덩어리 하나를 폭 끌어안고 있다. 프랑스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의 2021년 작 ‘장밋빛 운모와 크리스탈의 매달린 연인(Amant Suspendu Rose Mica et Cristal)’이다. 서정적이고 문학적인 제목을 듣고 나면 한껏 설레게 한 분홍빛 마음이 마침내 연인의 사랑으로 결실을 본 것 같아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여기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일명 ‘청담명품거리’로 불리는 곳에 자리 잡은 리더스피부과 청담명품거리점이다. 예술의 힘이, 미술 작품을 방문객과 공유하려는 병원 측의 마음이 만들어낸 ‘미술관 같은 병원’이다.
프랑스의 국가대표급 현대미술가인 오토니엘은 지난해 서울시립미술관과 덕수궁 연못에서 열린 대규모 개인전으로 더 많은 한국 팬을 확보한 작가다. 프랑스에서도 광물 생산이 활발한 도시 생테티엔에서 자란 오토니엘은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 정원에서 만난 꽃들을 살펴보며 각각의 꽃들이 가진 상징적 의미를 찾아다녔다. 꽃 속에서 신화적 상상력을 키운 그는 꽃말이 갖는 의미를 통해 각 문화권의 독특한 특징도 감지할 수 있게 됐다.
덕수궁에서의 작업을 준비하며 조선 왕실의 상징인 오얏꽃 신작을 만들고 고행과 깨달음을 상징하는 연꽃을 황금빛으로 제작해 연못에 띄운 것도 그런 배경을 갖는다. 단 오토니엘의 꽃은 동글동글한 구슬의 배열로 이뤄진다. 구슬은 유리에서 시작됐다. 그의 유리 작업은 1997년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에 페기구겐하임미술관에서 선보인 정원 나무 설치 작업으로 유명해졌다. 오토니엘은 유리 공예로 유명한 베니스의 무라노섬에서 유리구슬들을 제작했다. 반짝이지만 보석은 아니고 나무·돌·청동 같은 전통적 조각 재료도 아닌 유리는 순수예술의 무대에서는 ‘찬밥’ 취급을 받아왔다.
하지만 오토니엘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는 점을 유리의 미덕으로 봤고 무라노의 장인들과 공동 작업을 시작했다. 예술을 통해 경험하는 경이로움을 ‘마법’이라고 말하는 오토니엘은 “내가 말하는 마법이란 사람들이 작품을 통해 잠시나마 평소와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라며 “예술은 현실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하고 더 긍정적으로 살아갈 힘을 준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감정을 풀어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또한 예술가의 역할이며 그 마법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방한 인터뷰 때 이야기했다. 병원 대기실에서 만나는 오토니엘의 ‘매달린 연인’은 곧 마주할 핑크빛 미래를 기대하고 상상하게 한다.